늑대와 토끼

7. D +1 "야이. 씨. 어디 가!" "시끄러워 정션!" 졸업식이 끝나자마자 또 도망가려는 듯 운동화 끊을 매고 일어나는 수아를 보며 시원은 답답한 맘에 소리를 빽 질렸다. 어지간해서 싸운 적 없는 두 사람이었기에 다른 학생회 임원들도 깜짝 놀랐다. "야!! 너 진짜 그러다 후회한댔지." "내가 알아서 하네요. 말하지 마!" "너 없어지면 또 나만 조져...

4. D -0, D -... 오늘 11월 16일. 200X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종료되었다. 민경은 정답을 적은 수험표를 가방에 챙겨 넣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마지막 제2외국어까지 모두. 이제 정말 모두 끝났다. 시험은 평이했고 실수만 없었다면 민경 역시 나쁘지 않게 본 것 같았다. 막히는 문제도, 모르는 문제도 없었으니까. 단지 사회탐구가 조금 거슬리...

2.4. D -30 "뭐? 유학?" "네. 회장 어떻게 하죠. 으. 정말 죄송해요. 드릴 말씀이 없어요..." "아니. 뭐 네 잘못은 아니니까. 그래도 어떻게 할지 고민되는 건 사실이네." 청천벽력같은 민희의 유학, 정확히는 아버지의 해외파견에 일가족이 쫓아가기로 했다는 말에 민경은 고민에 빠졌다. K여고 학생회는 2학년 학생회장 1명, 수석부회장 1명, ...

1. D -60 "걔. 걱정이 많겠네." 조용한 룸카페 안 만나서도 공부만 한다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님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민경은 앉아서 모의고사형 문제집만 풀고 있었다. 한 세트가 끝나고 채점이 끝날 때까지 쥐죽운 듯이 보고만 있던 수아는 민경의 물음을 단번에 이해하지는 못했다. "네? 아, 끝나셨어요?" "끝은 아니고... 걔. 너네 언니." 2지...

5. 더위 "좀 덥지?" "응. 덥네." 뙤약볕이 내리쬐는 방안. 8월 말 한여름의 폭염은 미적지근한 방 안에 있는 선풍기 바람으로는 도저히 견디기 어려웠다. 지영의 방에는 에어컨이 없었기에 시원과 지영은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공부를 하고 있었지만 그것도 한계였다. 시원이 선물로 사 온 아이스크림은 이미 뱃속으로 사라진 지 오래였다. "거실에서 에어컨 틀고...

1. 마누라 "정시원... 깬다." "애처가를 넘어서 의처증 아냐?" 수근거리는 말들을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시원은 지영의 앞자리에 앉아 쉬는 시간 내내 지영의 얼굴만 보고 있었다. 지영이 전과를 해서 무사히 시원과 수아가 있는 6반으로 온 지 이제 2주 남짓. 여름방학을 앞두고도 시원은 절찬리에 팔불출짓을 해 대고 있었다. "네 자리 가서 앉아." "여기...

1. 안녕 "...언제 또 네가 나 싫어하게 될지 모르니까. 화가 될 원인을 다 조져 놓으려고 했지. 김미은한테 접근해서, 증거캐고. 뭐 고백까지 할 줄은 몰랐지만. 박우현 뒷조사하고... 애초에 전과가 바로 됐으면 쓸 일도 없었겠지만." "하아." "미안." 그간 했던 중상모략(?)에 대한 시원의 이실직고에 지영은 기가 막혔다. 대체 언제부터 알고 있었고...

5. 계획 같이 있을 수 있게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네가 나를 좋아하게 만드는 건 민경 선배 말처럼 자연스럽게 기다리는 수밖에 없겠지만,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더 함께 있는 시간을 늘리고 싶었다. 시간표를 외워서 우연을 가장한 척 교과이동 때마다 마주치는 걸론 도무지 성에 차지 않았다. 그러다 담임 선생님과 이번 중간고사 얘기를 하던 중 실마리를 얻었다...

어렸을 적에 마당이 있던 우리 집에선 토끼를 키운 적이 있었다. 이름은 하양이었는데 작고 귀여운 데다가 늘 나만 쫓아다니는 게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그러나 내가 10살이 되던 해 겨울, 먹을 걸 찾아 내려온 들개에 물려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 8년이나 지난 일이지만 아직도 그 작은 동물이 괴로워 하던 모습이 생생했다. 내가 지켜 줬어야 하는데. 그래도 토끼...

정시원. 흑화.

29. 기말고사 "시험 끝났다. 손 머리 위로 올리고 맨 뒷 자리는 답안지 걷어 와라." 기말고사 마지막 날. 시원의 철저한 계획 덕도 있고 스터디를 다시 못하게 될까 봐 기를 쓰고 공부한 덕에 중간고사 때에 비해 성적이 많이 올랐다. 비록 민경이 한 의미심장한 말이 신경쓰였긴 했지만 눈앞에서 행복한 듯 웃는 시원이 있다는 것에 만족했다. 비록 지독한 짝사...

24. 모의고사 전날 '낼 셤 끝남 솨랑 같이 빙수 먹으러 가자 ｀ㅁ´)!!' 뭐야 이 이모티콘. 바보 같은 표정. 지영은 피식하고 웃고서 한참을 들여다 보았다. 닮았네. 눈이 치켜올라간게. '봐서. 이모티콘 너랑 닮았네ㅋㅋ' '그렇지? 선배가 알려줬어 (｀ㅂ´)/ 이런 것도 있다?ㅋㅋ' 선배. 성민경인가. 지영은 가슴 한 구석이 저릿하게 아려왔다. 애초에...